경찰, 지적장애인 대상 성범죄 수사 매뉴얼 개발

피해자 진술 신빙성 논란 최소화 목적
같은질문 반복이나 유도질문 금물…몸짓표현도 놓치지 말아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15 05:40:02

경찰, 지적장애인 대상 성범죄 수사 매뉴얼 개발

피해자 진술 신빙성 논란 최소화 목적

같은질문 반복이나 유도질문 금물…몸짓표현도 놓치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2011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을 다니는 정신지체장애 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충격으로 범행 당시의 세부 사항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할 수 있고, 지능이 낮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더욱 그렇다"며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하면 안 된다"고 판시했다.

비슷한 시기 광주고법은 이와 다른 취지의 판결을 했다.

자신이 가르치던 장애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학교 교사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고 구체성이 결여됐으며 범행일시와 내용도 명확히 기억 못 하고 있다. 질문자들의 질문이 암시성이 강한 점, 진술 외에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미뤄볼 때 범죄 증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지적 장애인의 범죄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혼란과 어려움이 생기자 경찰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초점을 둔 특화된 특화된 수사매뉴얼을 개발했다.

경찰청은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의 '지적장애인 대상 수사매뉴얼 연구'를 토대로 한 성폭력 피해 지적장애인 수사지원 매뉴얼을 일선에 보급한다고 15일 밝혔다.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는 최근 4년간 매년 46%가량 급증했다. 이들 피해자 중 73%가 지적장애인이다.

매뉴얼은 지적장애인임에도 등록이 안 된 경우가 있어 성폭력 피해자의 지적 장애 유무를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사는 곳을 말해줄래요', '빨래나 음식을 대신해주며 도와주는 사람이 있나요'와 같은 질문으로 장애 여부를 탐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소통 도구를 활용해 그림이나 숫자에 대한 이해, 거짓과 진실에 대한 분별 정도 등 인지 수준도 확인해야 한다.

지적장애가 확인되면 신뢰관계 형성, 자유로운 진술, 질문 순으로 진행한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이 가족이나 의사, 지원기관 직원들에 '오염'되지 않게끔 유의해야 한다.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부모 등에게 대신 물어보면 피해자는 더욱 입을 다물고 이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는 재판과정에서 진술 오염의 증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피해자 진술이 불분명하면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말고 더 명확한 표현으로 바꿔 물어야 한다. 지적장애 피해자는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듣게 되면 '대답을 잘못했나 보다'라고 생각해 수사관의 질문에 적합하게 말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로 시작하는 질문은 제대로 답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비난받는 느낌을 들게 해 삼가야 한다.

날짜, 시간, 사건 지속기간, 빈도, 연령과 무게의 추정 등도 지적장애 피해자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유도질문은 피해자의 기억을 왜곡시키고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피해자의 비언어적 의사소통도 잘 살펴야 한다. 예컨대 지적장애 피해자는 책상을 두드리거나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 등으로 긍정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경찰청은 전국 지방경찰청과 성폭력피해통합지원센터에 매뉴얼을 배포하고 관련 직무의 경찰관 등을 상대로 교육을 할 예정이다.

고명균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처장은 "경찰이 성폭력 피해 지적장애인 수사 매뉴얼을 만든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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