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이 남긴 과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12 18:26:29

'땅콩 회항' 사건이 남긴 과제



(서울=연합뉴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12일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작년 12월 5일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법을 문제 삼으며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 박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 상무에게는 징역 8월을,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에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김모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항로변경죄 인정 여부였다. 항공기가 지상에서 17m만 이동했을 뿐이지만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은 항로변경에 해당한다며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처벌받는 항로변경죄는 실형 선고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에게 내려진 형량이 적절하다거나 과하다거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거나 하는 판단은 서로 다를 수 있고 유무죄와 형량을 놓고 상급심에서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장 어떤 단언을 내리기는 이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땅콩 회항' 같은 재벌가의 전근대적인 경영행태를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회사나 직원을 자기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오너 일가가 경영을 세습하며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은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라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매우 크고 그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다. 조 전 부사장은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여섯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의 반성문이 당장 어려운 처지를 모면하려는 방편이 아니라 진정한 뉘우침이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대한항공도 새로운 기업문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의 유착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칼피아'(KAL 출신+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유착관계는 다름 아니라 관피아로 대표되는 적폐 그 자체다. 이 사건에 대한 국토부 조사가 부실했던 것이나 국토부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때 좌석 승급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나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관유착의 잘못된 만남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는 세월호 참사에서 이미 확인됐다. 결국 '땅콩 회항' 사건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재판이 그 끝일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진짜 숙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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