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고민 말고 도전하세요" 75세에 박사된 김정희씨
40세에 뒤늦게 다시 공부…일본문학으로 숭실대서 박사학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12 13:47:48
"나이 고민 말고 도전하세요" 75세에 박사된 김정희씨
40세에 뒤늦게 다시 공부…일본문학으로 숭실대서 박사학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40세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늦은 나이에 부끄럽기도 하고 힘도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니 결국 박사까지 됐네요."
숭실대 대학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13일 박사학위를 받는 김정희(75·여)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늦은 나이에 받게 된 박사 학위가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도 "나이가 많다고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1963년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을 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결혼한 뒤 10여 년을 가정주부로 살았다.
그러나 항상 공부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던 중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 김씨의 나이가 40세였다.
자신의 못 이룬 꿈을 따라 1984년 상명여대 대학원 일문과에 입학한 김씨는 일본 근대문학을 탐구해 3년 뒤 석사학위를 받았다.
불문과를 졸업했던 김씨가 일본문학으로 눈을 돌린 것은 1970년 일본 특파원이 된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1년 반가량 살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김씨의 공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에 살면서 익힌 실력을 바탕으로 숭실대 등에서 일본어 강의를 하던 김씨는 50세가 되던 해 함께 대학원에 다녔던 지인의 권유로 일본 니가타(新潟) 대학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강의가 있을 때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그렇지 않을 때는 대학교 기숙사에 살면서 공부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김씨는 성적 대부분이 A일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마칠 즈음 남편이 아프면서 결국 박사학위는 취득하지 못했다.
이후 김씨는 숭실대에서 겸임교수로 임명돼 정년인 70세까지 일본 근대문학을 가르쳤다.
퇴임 후 쉬고 있던 김씨에게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숭실대 대학원에서 일어일문학과를 개설한 것.
김씨는 전공교수의 강력한 권유를 따라 2012년 9월 박사과정에 다시 도전했고 일본의 대표적 근대문학 작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에 관한 논문으로 2년 반 만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김씨는 "내가 가르치던 학생과 함께 배우게 됐는데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게 창피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달려서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다"면서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 계속 하자고 스스로 독려하며 공부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마음껏 하라는 가족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면서 "나이가 들어도 뇌를 자꾸 쓰면 능력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고 웃었다.
앞으로 아쿠타가와의 작품을 번역하고 한일교류 증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김씨는 자신과 같은 만학도들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공부를 하고 싶으면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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