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훈련 체험기…전투기 조종석에서의 '힘겨운 사투'

중력의 9배에서 15초간 버텨야 최신 전투기 조정 가능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11 12:00:04


비행훈련 체험기…전투기 조종석에서의 '힘겨운 사투'

중력의 9배에서 15초간 버텨야 최신 전투기 조정 가능



(청주=연합뉴스) 국방부 공동취재단 김호준 기자 = 전투기 편대가 색 연기를 뿜으며 빠르게 공중을 선회하고, 급격히 치솟아 사방으로 펼쳐지는 에어쇼의 아찔한 장면에 관람객은 탄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전투기 조종석 안에선 정신을 붙잡기 위한 조종사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전투기의 화려한 곡예비행을 위해 조종사들은 극심한 고통을 견뎌야 한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위해 10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을 찾았다. 이곳의 교관들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자 입교한 공군 장교들을 교육한다.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들도 3년마다 이곳을 찾아 항공생리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날 의료원에선 전투기 조종사들이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비행환경에 대한 실습 교육이 진행됐다. 일부 TV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연예인들이 참가해 유명해진 중력가속도 테스트(일명 G-테스트)를 비롯한 비행착각 훈련, 고공 저압(저산소) 훈련, 비상탈출 훈련 등이 실시됐다.

비행착각 훈련은 조종사들이 눈과 귀 등 인간 신체가 전달하는 균형 감각 정보의 한계를 깨닫고, 계기장비를 믿고 조종하도록 고안한 훈련이다.

전투기 조종석을 그대로 재현한 장비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45도로 기울어진 채 회전하는 장비 탓에 멀미가 났지만 이내 수평을 찾은 것처럼 느껴졌다. '자, 이제 왼쪽을 바라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리자 온몸이 오른쪽 상공으로 치솟는 느낌을 받았다. 왜곡된 균형감으로 인한 착각현상이다.

이번에는 장비 안 화면에 수평을 그리며 펼쳐진 구름이 나타났다. 전투기도 이에 맞춰 수평비행 중인 것처럼 보였지만 수평 정도를 확인하는 '자세계'를 확인하니 전투기는 왼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전투기 조종사가 바다를 하늘로 착각해 추락하는 사고도 이런 비행착각 현상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이어 비명 소리가 들리는 교장으로 이동했다. G-테스트가 진행되는 곳이다. 평소 우리가 생활할 때의 중력은 1G인데 이 훈련을 통해 6∼9G를 경험할 수 있다.

취재진에는 6G에서 20초를 견뎌야 한다는 조건이 걸렸다. 몸무게가 90kg인 기자로서는 540kg이 돼 버린 압박을 견뎌야 하는 셈이다. 축을 중심으로 원심분리기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일명 '곤돌라' 안의 중력은 롤러코스터의 3∼4배 이상이라고 한다.

탑승 전 '윽! 크흐' 소리를 내는 특수 호흡법을 연습했다. 중력 부하가 과도해지면 장비의 원심력에 의해 피의 대부분이 다리 쪽으로 쏠려 머리의 혈류는 거의 끊긴다. 평소 머리의 혈압은 정상인의 최저 혈압과 동일한 80mmHg이지만 4∼5G만 돼도 2mmHg로 떨어진다. 산소를 머금은 피가 뇌에 돌지 않으니 혼절하게 된다.

때문에 조종사는 '윽' 소리와 함께 폐의 압력을 높여 심장이 운동할 수 있는 가슴 공간을 확보하고 재빨리 '크흐(크에 숨을 내뱉고 흐에 들이마신다)' 소리로 최소한의 산소를 확보해야 한다. 이 박자를 놓치면 수초 만에 기절한다.

그리고 다리와 복부의 근육에 최대한 힘을 줘야 하체로 피가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조종석에 앉아 F-15K 전투기와 동일한 조종간(조이스틱)을 잡았다. 화면 오른편에 1.4G로 표시된 계기가 보였고 이윽고 '3, 2, 1' 소리와 함께 '쭉 당기세요'라는 교관의 지시가 떨어졌다.

조종간의 트리거(방아쇠)를 꾹 누른 채 조종간을 몸쪽으로 끌어당겼다. 6초 만에 중력이 6G에 도달하자 정신이 혼미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뇌로 피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최대한 붙잡고 온몸에 힘을 주면서 20초를 버티자 끝났다는 신호가 떨어졌다. 전투기 후방석에 탑승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장비에서 나와 휴식을 취한 뒤 F-15K와 KF-16 조종사에게 요구되는 9G에 도전했다. 같은 장비에 탑승해 교관의 지시에 따라 조종간을 당기자 이번에는 1.5초만에 9G에 도달했다. 엄청난 압력을 느끼면서 혼절했다. 꿈을 꾸는 듯한 시간이 지나고 정신이 돌아오자 4초 만에 '블랙아웃' 됐다는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F-15K와 KF-16 조종사는 9G에서 15초를 견디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어진 고공 저압 훈련장에선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2만5천피트(7천620m) 고도에서 느끼는 신체 변화를 점검했다. 산소마스크를 떼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종이에 반복해 적었다. 저산소증으로 3분 만에 글씨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지만 이를 깨닫지 못했다. 교관이 재빨리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이런 훈련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 수행 중 겪는 현상을 재현한 것이다.

한 전투기 조종사는 "평형감각, 중력가속도 등 조종사 임무 중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딱 한 가지로만 답을 주곤 한다"며 "짧은 임무 수행 시간동안 여러 악조건이 겹치지만 상당히 많은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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