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다웅 다문화 고부…우리 모두의 이야기"
EBS '다문화 고부열전' 유무영 CP "차이보다 동질감 부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10 10:27:30
"아웅다웅 다문화 고부…우리 모두의 이야기"
EBS '다문화 고부열전' 유무영 CP "차이보다 동질감 부각"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시어머니는 새해 첫날부터 집안 곳곳에 고추를 매단다. 필리핀에서 온 며느리가 손자를 낳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런 어머니를 보는 며느리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미 손녀가 두 명이나 있지만 장손을 바라는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끝날 줄을 모른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EBS 휴먼 다큐멘터리 '다문화 고부열전'의 내용이다.
2013년 10월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한국인 시어머니와 결혼이주여성인 며느리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대에서 시작한 시청률은 방송 1년 4개월 만에 4%대로 뛰어올랐다.
유무영 책임 프로듀서(CP)는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인기의 비결로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를 꼽았다.
유 CP는 "그들과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다문화가정의 슬픔과 사랑, 아픔을 담아내려고 했다"라며 "사람사는 이야기가 시청자의 공감을 산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다문화 고부열전'은 갈등을 겪던 다문화가정의 고부가 며느리의 나라로 일주일간 여행을 가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다.
방송가의 단골 소재인 고부갈등은 여기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유 CP는 "아무래도 고부가 많은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갈등도 자주 겪게된다"라며 "그들 간의 문제해결이 다문화가정 행복의 관건"이라며 고부갈등에 집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잔소리꾼 시어머니에 묵묵부답으로 맞서는 캄보디아 며느리부터 억척스러운 시어머니와 일하기 싫어하는 필리핀 며느리까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고부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제작진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이주여성 모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출연 신청을 받은 뒤 전화 취재와 인터뷰를 거쳐 출연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가족들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섭외 과정은 쉽지 않다. 한 편을 만드는 데 취재하는 가족만 15팀이 넘는다.
유 CP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거나 다문화가정이라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가진 출연자를 찾고 있다"라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부가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고, 그럴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며느리를 고향에 보내주기 위해 부담을 감수하고 출연을 결정하는 시어머니들도 적지 않다고 유 CP는 귀띔했다.
카메라 앞에서 출연자들은 때로 상대방에게 모진 말을 하고, 서운함도 숨기지 않는다.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포착해내는 건 전적으로 PD의 몫이다.
출연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촬영 기간 PD들은 집안 일을 돕거나 기꺼이 출연자의 말동무가 돼준다.
갈등을 다루다보니 방송이 나가고 항의나 불만이 있을 법도 하지만, 지금까지 크게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 좋았다는 출연자들이 많았다고 유 CP는 전했다.
여행은 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을 떠나 마음을 터놓는 계기가 된다.
여행을 통해 불교신자인 시어머니와 인도네시아 출신 이슬람 교도 며느리가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게 되고, 몸이 아픈 시어머니를 대신해 중국에서 온 친정엄마와 함께 4년째 행상을 하던 중국인 며느리, 그녀가 7년 만에 고향을 방문해 가족과 만나는 순간은 감동을 자아냈다.
유 CP는 "출연자들에게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서로의 속마음을 표현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라며 "문제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고부의 모습이 오히려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의 갈등을 부각하고,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거리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작진도 이 같은 비판을 인식하고 있다.
유 CP는 "정형화된 틀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라며 "지금까지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주로 다뤘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연자들의 갈등보다는 전체적인 삶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라며 "'다름'에서 '같음'으로, '특별함'에서 '보통'으로, '남'이 아닌 '우리'의 의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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