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차지한 만학도·모범상 탄 일탈 여학생…감동의 졸업>
대안학교인 서울 성지·고등학교 학생 320여명 5일 졸업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2-02 19:25:49
△ (서울=연합뉴스) 노·장년층과 소외된 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서울 성지중·고등학교 학생들 320여 명이 오는 5일 감동의 졸업을 한다. 사진은 수석 졸업을 하는 조재행(65)씨와 새마을회장상을 수상하는 이정임(73·여)씨. 2015.2.2 < 성지중·고등학교 제공 >
대안학교인 서울 성지·고등학교 학생 320여명 5일 졸업식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33년간 우체국에서 일하다 은퇴한 두 아들의 60대 아버지, 남편 없이 억척스레 두 딸을 키운 70대 할머니, 사춘기 일탈에 방황하다 제적된 여고생….
노·장년층과 소외된 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서울 성지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감동의 졸업을 한다.
2일 성지중·고등학교에 따르면 조재행(65)씨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농사를 지으면서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조씨는 헌책방에서 책을 구해 밤새 독학한 끝에 서울국제우체국에서 합격해 33년간 근무했다. 누구보다 성실히 일한 조씨는 퇴직하면서 옥조근정 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전근을 할 때마다 써내야 했던 학력에 대한 한이 남았던 조씨는 지난 2013년 성지중 성인반(2년제)에 입학했다.
만학도인 조씨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무서울 정도였다. 수업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과목 평균 95점을 받아 당당히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조씨는 "수험생 돌보듯 챙겨주고 응원해준 아내와 아들들 덕분"이라면서 "졸업하고 성지고에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이정임(73·여)씨의 초·중년은 고되기만 했다.
18살에 무작정 상경해 식모살이와 직물공장을 전전하던 이씨의 삶은 28살에 결혼해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15년 결혼생활 만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딸 둘을 키우기 위해 세상과 정면으로 맞섰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씨는 두 딸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생활이 안정되자 못 배운 한을 풀려고 성지중 성인반에 입학했다.
서울 성동구 집에서 강서구 성지중까지 거리가 상당하지만 이씨는 단 한 번도 지각과 조퇴를 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이어 졸업식에서 학교장 개근상과 새마을회장상을 받게 된다.
정모(19)양은 사춘기 일탈에 방황하다 성지고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에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외박을 하는 등 방황하던 정양은 고등학교 1학년을 채 끝내지 못하고 제적됐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정양은 뼈저리게 후회하며 성지고에 편입해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정양은 "학교에서 제적된 뒤 모든 일에 의기소침했다"면서 "하지만 자율성과 재능을 인정하는 성지고의 방침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졸업식에서 학교장 모범상 등을 수상하는 정양은 명지전문대 행정학과에 합격해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꿈꾸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27회 졸업생은 90% 가까운 학생이 빈곤층"이라면서 "개교 43년간 1만 5천여 명의 졸업생 등 교육 소외계층에게 꿈을 심어주고 양극화를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지고는 오는 5일 오전 강서구민회관에서 졸업생 3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졸업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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