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두 개뿐”·“얼굴 나오기 싫어서”…Y병원장 대리수술 재판서 ‘자중지란’
- 변호인 반대신문서 “의료기기회사 직원, 드릴링·핀 삽입” 인정…‘재고 관리’ 해명과 충돌
- “의료진 촬영 거부해 업체 직원 대역” 진술…비의료인 수술 보조 투입 경위 놓고 공방
- 보조의 기록 누락 시기, 검찰 공소사실 기간과 겹쳐…9월 업체 직원 증인신문 예정
김민석 기자
news@bujadongne.com | 2026-08-12 21:18:13
간호조무사와 의료기기 영업사원 등 비의료인을 동원해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을 시키고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Y병원 A 병원장의 변호인 반대신문이 지난 11일 진행됐다.
이날 변호인 측은 의료기기업체 직원들의 수술실 입장이 단순히 “재고 관리”및 “응급 상황 대응”목적이었다고 주장하며 방어에 나섰으나, 정작 A 병원장 본인의 진술 과정에서 기존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 “재고 관리하러 왔다”던 의료기기회사 직원, 실제론 뼈에 구멍 뚫고 핀 박아
이날 A 병원장과 변호인 측은 인공관절 부품이 100여 종에 달해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간호사가 이를 모두 숙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웠다.
의료기기회사 직원들의 수술실 참여 목적을 “제품 사이즈 확인, 재고 관리, 응급 대응”으로 한정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다른 대부분의 병원에서도 유사한 관행이 이루어지고 주장하며 수술실 출입의 정당성을 항변했다.
그러나 비의료인의 수술보조장면이 찍힌 증거 영상과 관련해, A 병원장은 의료기기회사 직원인 피고인이 의료용 드릴로 환부에 구멍을 뚫거나 핀을 박고, 이를 다시 뽑아내는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A 병원장은 이에 대해 “핀의 규격과 깊이가 이미 정해져 있어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할 소지가 없다”며 “정확한 위치는 의사가 잡고 옆에서 힘을 보탰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도 유해한 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해 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얼굴 나오기 싫어해서”대역 세웠다… 비의료인 상시 투입 정황 자인
또한 의료기기회사 직원의 수술 보조 행위가 촬영된 영상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A 병원장은 “당시 병원 의료진들이 영상에 얼굴이 나오는 것을 꺼려 촬영을 거부했다”며 “해당 직원이 다른 병원에서 PA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 부탁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해명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자인한 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규 인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협력업체 직원을 대체 투입했다’는 설명은, 결과적으로 비의료인을 수술 보조 인력으로 상시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병원 내에 갖춰져 있었음을 병원장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 신문 과정에서 PA(진료 지원 인력) 제도가 법제화된 시점은 간호법이 시행된 2025년 6월로, 촬영 당시인 2020년에는 관련 자격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 병원장의 “관행적으로 그렇게 불러왔다”고 답변했으나,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무자격 의료행위를 사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 전산 오류 핑계 대더니… 공교롭게 ‘문제 기간’에만 보조의 기록 누락
진료기록 허위 작성 혐의에 대해 A 병원장은 병원 전산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외래에서 환자를 처음 진료한 의사의 이름이 전산상 집도의로 자동 입력되는 방식이어서 실제 수술을 진행한 집도의·보조의 기록과 불일치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록 누락이 집중된 시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A 병원장의 진술에 따르면, 새로 부임한 의료정보실장의 문제 제기로 2021년 5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수술 간호 기록지에 보조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 기간은 검찰 공소사실에 적시된 범죄 혐의 기간(2019년 8월~2021년 8월)과 맞물린다.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 인증 평가를 대비한 일시적 조치였을 뿐 추후 정정이 가능하다”고 해명했으나, 공소사실 기간과 정확히 일치하는 시점에 보조의 기록이 집중적으로 빠진 정황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 “의료진 26명”자랑하고 “인력부족”핑계... 자승자박에 빠진 진술
A 병원장은 의료기기회사 직원의 수술 참여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지방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업체 직원들이 수술실에 들어간다”, “핀 제거 역시 대학병원을 포함해 다들 그렇게 한다”며 관행임을 강조했다.
이어 간호 인력난을 언급하는 과정에서는 수술 도구를 양손으로 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예로 들며 “손이 두 개이지 않나.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언급, 의사 혼자서는 시술과 도구 유지를 동시에 할 수 없어 누군가의 보조가 필수적이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역시 핵심 쟁점을 비껴간 논리적 오류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행이라는 주장은 행위의 위법성을 상쇄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무면허 의료행위가 조직적·반복적으로 행해져 왔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A 병원장은 이날 신문에서 “병원 내 수술실이 9개, 소속 의사만 26~27명에 달해 하루 다수의 수술을 소화할 여력이 충분했다”며 의료진 규모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 인력의 풍부함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수술실 간호 인력 부재는 채용이 아닌 비의료인 투입으로 메웠다는 진술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의료계·법조계 “관행이나 인력난 핑계로 침습적 의료행위 정당화 못 해”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진술에 대해 “인공관절 수술 과정에서 뼈를 절삭하고 핀을 고정하는 작업은 신경 및 혈관 손상 위험이 따르는 명백한 침습적 의료행위”라며 “숙련도나 관행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이 수행해야 하며, ‘남들도 다 한다’는 식의 항변은 의료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관계자 역시 “‘손이 두 개라 어쩔 수 없다’는 진술은 역설적으로 인력 대처 방안으로 비의료인 투입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라며 “수술실 인력이 부족했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의료 인력을 충원했어야지, 무자격자에게 침습 행위를 맡긴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9월 10일 의료기기회사 소속으로 직접 수술을 보조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10월에는 Y병원 전·현직 직원 및 피고인 측이 신청한 전문가 증인신문이 차례로 계획되어 있어 향후 법정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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