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2년 기간제법, 노동보호 아닌 고용금지법…대안 필요"
기업들 정규직 안뽑아…처우개선 위한 일이 오히려 노동자 위상 약화시켜"
"민주노총, 사회적대화 참여해달라"…노동자·소상공인 집단교섭·단결권 강조
"노동계는 유연성 양보하고 기업엔 부담 강화해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조영재 기자
news@bujadongne.com | 2026-04-10 17:34:20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간담회에서 양경수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6.4.1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부자동네타임즈 = 조영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사업자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2년 뒤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 하도록 규정한 현재의 기간제법에 대해 "상시 고용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 버렸다"며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사실상 (노동자에 대한) 방치를 강제하는 법안이 돼 버렸다"며 이같이 밝혔다.구체적으로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을 계약해야 한다는 조항만 보면 아주 그럴듯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측에서는 1년 11개월을 딱 잘라 고용을 하고 절대로 2년 넘게 계약하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를 실용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여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력 차이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정규직은 조직이 잘 돼 있고, 단단하게 뭉쳐 권리 확보를 잘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제 정규직을 절대 뽑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이어 "기존 정규직이야 자기 위치를 찾겠지만 자녀들이나 다음 세대는 정규직의 자리를 결코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일부 노조에서 새로 (직원을) 뽑을 때 노조원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하겠느냐"며 "일정 수의 고용을 유지하라는 투쟁도 하는 것 같던데 그게 잘 되겠느냐"고 말했다.그러면서 "결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위상 강화를 위한 일들이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위상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제시했다.우선 "대화를 일상적·공식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이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탈퇴한 지 오래됐는데 이용만 당하고 들러리만 서다 보니 화가 나는 점은 이해한다. 노동자 탄압 트라우마로 실용적 정책에 본능적 반감을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신뢰가 중요하다. 한번 (참여)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또 "국회의 대화 기구에는 참여하는 것 같더라. 대통령이 잠시 있다가 떠날 것이고 정부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국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근본적으로는 노동계가 유연성 부분에서 양보하는 대신 기업의 부담을 강화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식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이 대통령은 강조했다.노동자들의 단결권과 집단교섭권 등을 강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본질적 약자성이 언제나 문제가 되는데, 해법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이 있다"며 "소위 노동 3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다. 조직을 통해 집단으로 교섭하고 그래도 안 되면 집단행동으로 실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소상공인들에게도 집단 교섭을 허용하고, 최소한의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미조직 노동자들도 문제인데, 이들이 착취당하는 것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조직 활동을 하면 빨갱이·공산당 취급을 당했는데 이런 점도 극복해야 한다"며 "(조직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정책을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노동영향평가 의무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촉구했다.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양 위원장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건 같은데 방바닥에서 온기를 아직 느낄 수 없다는 현장의 평가가 있다"면서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분명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노조 조직률은 그 사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라며 "문재인 정부 때 민주노총은 약 30만명의 가파른 조합원 증가를 경험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의 노동자성 인정이 노조 조직률 제고에 큰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올해 처음으로 노동부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논의를 요청했다"면서 "모든 노동자의 임금인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그는 "AI는 이미 노동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 변화가 아니라 소멸"이라며 "정부 주요 정책 결정 시 환경영향평가를 하듯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노동영향평가 도입을 제안한다"고 했다.아울러 공공 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양 위원장은 "실태조사와 처우개선 대책 발표가 예정된 만큼 공공 부문부터 정부가 모범 사용자로서 역할을 해 신속한 시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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