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연말 인사로 ‘이재용 리더십’ 부각되나

이채봉 기자

ldongwon13@hanmail.net | 2015-11-30 15:43:11

△ 실리를 추구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올해 인사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12월 초로 예정된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를 앞두고 그룹 안팍은 물론 재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독자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식 인사'가 단행되는 첫 해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는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방향에 대해 안정을 추구한 지난해 인사패턴과 달리 변화와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 인사'가 될 것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인사는 잇따라 진행돼 온 그룹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르면 12월 1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2일 주요계열사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난해 12월1일 발표한 전례가 있다.

 

더욱이 이날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28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실리를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인 점을 감안하면 주력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한 인사가 사전에 단행될 수 있다.

 

삼성 인사는 그동안 ‘신상필벌’ 원칙이 확고한 것으로 유명했다.

 

◆대규모 감축과 임원 평균연령 낮출 듯

 

주요계열사 중에서는 실적둔화에 따른 사전정지 작업 차원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대규모 임원 감축설이 나돈다.

 

삼성전자는 1200여명의 임원 중 4분의 1 가량을 감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함께 IM부문의 실적둔화에 따른 구조조정 차원의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해석이다.

 

애플을 비롯해 중국의 샤오미 등 저가 스마트폰이 쏟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임원을 감축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더해졌다.

 

주력사업이 다르지만 합병으로 덩치가 비대해진 삼성물산도 부문별 각자대표 체제의 변화가 점쳐진다.

 

건설부문과 리조트건설이 합쳐지고 패션과 상사부문이 통합되면 사장 자리는 각자대표 체제에서 2인 공동대표 체제로 줄어들 수도 있다.

 

부문 통합이 아니면 4명의 각자대표 중 총괄 부회장이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통합 삼성물산 각자대표 중 최치훈 사장이 최고참이다.

 

그동안 꾸준한 구조조정과 실적개선을 추진해 온 삼성중공업의 인사도 주목받고 있다.

 

몸집을 많이 줄인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재추진될지에 따라 후속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장단 중에서는 내년 3월 사내이사 등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신종균, 윤부근, 이상훈 등의 사장단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신종균 사장은 IT·모바일(IM)부문, 윤부근 사장은 소비자가전(CE)부문, 이상훈 사장은 경영지원실장(CFO)을 각각 맡아왔다.

 

수년 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어 왔던 3명의 향배에 따라 삼성그룹의 인사폭도 결정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권오현 부회장과 김기남 반도체 총괄사장이 이끌었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올해 실적이 좋았던 만큼 대규모 승진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문사장단은 수평이동을 통해 보직이 변경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임 임원들의 평균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는 올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한 3명의 사장급 임원은 모두 1960년대 이후 출생이다.

 

신임임원들의 평균연령도 지난 2014년 47세에서 46.7세로 낮아져 이 부회장과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47세다.

 

이에 올해는 1970년대생 임원 발탁 비중 확대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현장중심 실용주의 노선이 삼성그룹의 주요계열사 인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받는 대목이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이재용 부회장, 회장 승진은 언제쯤

 

일각에서는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한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도 거론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역시 이병철 선대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경영전면에 나서 그룹전반을 챙겼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뒤 삼성전자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한 것을 두고 위기극복을 위해 무게중심에 선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기획에서 개발까지 챙긴 ‘갤럭시S6·S6엣지’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나왔고 이로 인해 IM부문은 체질강화를 이뤄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와 LG전자 등과의 법적소송을 원만히 마무리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 한 것도 이 부회장의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또 대규모 자사주 매입 뒤 소각하는 등의 주주친화정책도 내놓으며 경영권 승계에 따른 시장에서의 반발을 잠재웠다.

 

이러한 성과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끄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재계의 관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계 행사에서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 총수역할을 맡아왔다.

 

지난 24일 개최된 아산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도 삼성그룹 총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지난 8월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례식장에는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가족간 화해를 이뤄내기도 했다.

 

△ 지난 8월 1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故 이맹희 CJ그룹 명예 회장 빈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이 부회장은 올해 인사에서 굳이 회장직에 오르지 않더라도 책임경영을 위해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계열사 중 한 곳에도 사내이사를 맡은 곳이 없다.

 

삼성내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회장 사후에 회장에 취임했음을 상기해 조기 회장취임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올해 인사는 이재용의 경영 리더십을 부각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며 “대규모 임원 감축을 비롯해 임원 연령 하향화가 올해 삼성인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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