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넘어 혐오감까지…축구협회, 어디까지 추락하나
심판 성매수 일파만파…JFA는 관련자 조사 착수…졸속 사과문 여론 악화…할일 못하고 수습 급급…10년만에 들통난 대한축구협회의 민낯
백수연 기자
news@bujadongne.com | 2026-08-10 10:54:59
[부자동네타임즈=백수연 기자] 지난주부터 한국 축구계는 스포츠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 접대·심판 매수'라는 어처구니없는 단어와 함께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KFA)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그리고 친선경기 등 총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 10여 명에게 '성 접대'를 했다. "경기를 잘 봐달라"는 의도가 다분하다.
축구협회는 서울과 창원, 울산 등에서 안마 업소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는데 2012년 2월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2011년 9월 오만과 2012 런던 올림픽 예선, 2012년 3월 카타르와 런던 올림픽 예선 일정과 맞물린다. 해당 7경기에서 한국은 5승2무를 거뒀다. 객관적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아닌데 선수들의 실력과 노력이 빛바래졌다.
보도 후 축구협회는 "15년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현재는 높아진 사회적 기준에 맞춰 더욱 철저한 내부 관리 지침을 마련해 준수하고 있다"면서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철저한 내부통제와 관리 감독을 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클린카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전 세계의 비난까지 쏟아졌다.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겉으로 드러난 2010년대 사례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늘 이런 일을 해 온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습관이라고 의심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표현 그대로, 그런 시선을 받아도 할 말 없다.
대한축구협회의 사과문 /KFA 홈페이지
파장이 커지자 축구협회는 토요일인 8일 오전 갑자기 성명을 발표했는데 '반성문' 내용이 또 도마에 올랐다. 협회는 "국회 청문회에 이어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부분 몰랐어도 답답하고, 아는 이들만 쉬쉬했어도 문제고, '십수 년 전의 일을 왜 지금'이라는 뉘앙스가 담겼어도 심각하다. 일본의 빠르고 차가운 접근과도 차이가 있다.
8월9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KFA가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에 대해 성 접대를 했다는 국내 보도 이후 JFA(일본축구협회)는 해당 일본인 심판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교도통신은 "당시 일본인 심판 4명 중 2명이 KFA의 성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 한국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고 했다. 거론된 심판 대부분이 은퇴했으나 일부 심판은 현재 JFA에서 J리그 심판을 관리하는 고위직에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됨에도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과연 우리였다면, 대한축구협회였다면 어땠을까 물음표가 붙는다.
민낯이 드러나면서 이제 축구협회는 '무능한 집단'을 넘어 '혐오감을 주는 조직'이라는 잔인한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부끄러움을 떠넘겨 받은 남아 있는 자들은 해야 할 것도 많으니 한숨이 더 깊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이 2016년 문체부 감사와 2017년 경찰 수사를 거치고도 제대로 공개되거나 책임을 묻는 절차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위만큼 심각한 것은 이를 조직적으로 축소하고 덮어온 구조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축구협회의 도덕적 책임까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축구협회는 “분노가 아닌 환호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과거 비위에 대한 독립적인 전수조사와 결과 공개, 관련자 책임 추궁, 법인카드 사용 내역의 상시 공개,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의 제도화가 뒤따라야 한다. 회장 선거인단 확대 역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일정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FIFA 윤리강령은 판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에 대해서 최소 5년 자격정지 징계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FIFA가 조사에 나설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소시효가 없다”면서 “IOC가 축구협회 성접대를 조사해서 규정 위반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축구협회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축구협회장을 새로 뽑아야하고 남자 A대표팀 사령탑도 다시 선임해야한다. 리더는 없는데 당장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국내에서 A매치 4연전을 치러야한다.
과거 "붉은 유니폼만 입고 뛰면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라던 축구대표팀 경기이지만 이젠 빈자리를 걱정해야하는 수준이다. 최근 추락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번 4연전은 더 우려스럽다. 당연히 가장 힘이 빠지는 이들은 선수들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입단한 한국 축구 에이스 이강인은 8월9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친선경기 후 "요즘 한국 축구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선수들은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나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안 좋게만 봐주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좋은 울타리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 축구계 선배들과 축구협회의 몫인데, 선수들이 판을 걱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망신을 당해도 경기력으로만 당하고 싶은데, 외국인 심판들에 대한 성 접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당당하게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부패의 극치다.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 접대 얘기다.
2016년에 이뤄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가 10년 만에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최순실의 국정농단’ 때문에 조용히 묻혔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말미암은 국회 청문회 및 경찰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10년 만에 알려진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약 1년간 국내에서 개최된 월드컵 및 올림픽 예선 3경기, 평가전 4경기 등 총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경기 감독관 10여명에게 성 접대가 제공됐다. 축구협회의 법인카드가 사용됐고, 그 과정에서 공식 결재 라인으로 결재가 이뤄졌다. 누군가의 일탈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성 접대라는 얘기다.
외국인 심판들을 성 접대로 매수한 7경기 결과는 5승2무. 해당 경기의 상대 중엔 온두라스나 중국, 오만 등 한수 아래인 팀들도 있지만, 심판을 성 접대로 매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축구에 대한 신뢰를 근간부터 흔들 수 있는 대형 사건이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취소는 물론 한국 축구 최대 쾌거인 2002 한일(韓日) 월드컵 ‘4강 신화’에 대한 순수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해외 축구계에서는 그동안 2002 한일 월드컵 4강이 ‘심판 매수’ 덕분이라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반박하기도 어려워졌다. 당장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의 프랑스, 독일에서도 이번 사건을 앞다퉈 전하고 있다.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
성 접대에 포커스가 집중됐을 뿐 2016년 감사 결과엔 축구협회 임직원들이 2011년 3월부터 1년간 골프장이나 유흥주점, 노래방, 안마시술소, 백화점 등에서 2억16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법적 마인드가 전무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다 못해 바닥을 뚫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사과문도 불붙은 팬심을 진화하기는커녕 더 키우고 있다.
8월8일 ‘축구 팬 및 축구 관계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로 전해진 사과문을 천천히 뜯어보면 과연 이 사과에 진정성이 담겼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과문에서 협회는 성 접대 사건에 대해 “다수의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이라면서 “현재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는 게 아닌 그거 과거사라며 선 긋고 회피하려는 모양새다.
더 내려갈 이미지도 사라져 버린 대한축구협회. 국제적 신뢰 하락과 싸늘하게 식은 팬심을 풀어낼 방법은 있을까.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