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종묘 앞 개발, 영향평가 없이 추진 안 돼"
지난해 이어 HIA 이행 촉구…"절차적 책임 미루지 말고 과정 공개해야"
최재헌 위원장 "평가 거쳐야 사업 정당성 확보…대립 대신 논의 나서야
서소민 기자
news@bujadongne.com | 2026-03-25 11:19:50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부자동네타임즈 = 서소민 기자] 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세계유산 전문가들이 서울시를 향해 영향평가를 받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25일 누리집에 공개한 성명서에서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은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없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종묘 앞 개발 문제에 공식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입장문을 내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각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수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세계유산 보존·관리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종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이며, 그 보존은 국내적 과제를 넘어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이어 "종묘 주변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사후적으로 이뤄지는 대응이 아니라 계획과 인허가 이전의 충분히 이른 단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종묘 앞 개발 문제가 "세계유산의 보존 원칙과 방법을 책임 있게 적용해 유산 보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위원회는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등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협의도 당부했다.
위원회는 "더 이상 절차적 책임을 미루지 말고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를 시행해 그 과정과 결과를 국민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지난해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 계획이 알려진 뒤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당국의 허가 없이 사업 부지 내 11곳에서 최대 약 38m 깊이로 땅을 파는 시추 작업을 했다며 최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가 국가와 국가유산청 관계자를 상대로 160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역시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등은 서울시장, 국가유산청장, 종로구청장이 참여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협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종묘 앞 개발 사업은 영향평가를 따라야만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향후 이 문제가 국제 무대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올해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스스로 세계유산을 제대로 지키고 보전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주는 것은 주최국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건 찬반의 소모적 대립이 아니라 공론의 장을 여는 일"이라며 "서울시는 전향적으로 (종묘를 둘러싼) 영향평가를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코모스는 유네스코의 자문기구로, 세계유산 등재 심의와 보존 관리·평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130여 개국에서 전문가 약 1만명이 활동하고 있다.1999년 창립한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한국 문화유산의 보존·관리·활용을 자문하거나 연구한다. 세계유산을 비롯해 문화유산, 건축, 도시공학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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