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밤샘조사 마치고 귀가…삼성 "기다리는 일밖에"
이장성 기자
leeyjhj@naver.com | 2017-01-13 11:06: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마치고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17.01.13.
[부자동네타임즈 이장성 기자]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검사팀의 밤샘조사를 받고 귀가한 가운데 삼성그룹이 착잡한 분위기를 넘어 그로기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이 부회장이 참고인 신분이 아니라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로 소환된 데다 22시간동안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제 남은 일은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어떤 식으로 결론짓느냐다.
13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특검 측에서 영장을 청구한다고 알려진 것은) 이전부터 나온 내용이고 그렇게 하더라도 따로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날 오전 9시28분께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51분께 나타나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랐다. 그는 변호인들과 이번 조사 내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전무 시절이던 2008년 2월28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9년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이 된 셈이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대외 부서들은 전날부터 현장에서 대기했고, 이 부회장이 자리를 떠난 후에는 서초사옥으로 돌아가 현안 등을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해주는 대신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최씨를 지원한 것은 맞지만 반대급부를 바라고 했던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역시 이번 소환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강압에 의해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한 것이고,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는 관련이 없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받아들여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특검의 수사 방향이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에서 삼성이라는 존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고, 나머지 기업들을 순조롭게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을 제외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특검의 입장이다. 이에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을 기할 모양새다.
삼성 입장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올해 경영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구속이라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국면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특검 조사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나머지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며 "삼성이 그야말로 낭떠러지 앞에 선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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