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4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란사태로 물가·환율 불안"
비수도권 집값 상승세 확산 등도 인하 명분 줄여
고유가에 인플레·성장둔화 겹치면 통화정책 딜레마 빠질 듯
이현재 기자
news@bujadongne.com | 2026-03-19 09:05:03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부자동네타임즈 = 이현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을 포함해 당분간 금리를 연 2.50%로 묶을 가능성이 커졌다.이란 사태로 유가가 치솟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데다, 한은의 금리 인하로 현재 1.25%포인트(p)인 미국과 격차가 더 벌어지면 이미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이 더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만약 이란 사태와 고유가 환경이 길어질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기 진입 시점이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연준은 17∼18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10·12월 3연속 인하 이후 올해 1월과 3월 동결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연준은 금리 인하를 피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물가를 거론했다.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5년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관세 충격에 이어 이제 규모와 기간을 알 수 없는 에너지 충격에 직면했다"며 "이런 상황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3.4%로, 기존 전망치(작년 12월)와 같았다. 현재 금리 수준(3.50∼3.75%)을 고려할 때 약 1회(0.25%p)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뜻이다.다만 중간값은 같더라도 당초 올해 두 차례 이상 인하를 전망했던 위원 수가 줄었다.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의 연속 동결과 약해진 인하 전망으로 미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역시 다음 달 10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7연속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란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물가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한은에 따르면 2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45.39로, 1월(143.74)보다 1.1% 상승했다. 작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오름세다.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지난달 28일 이뤄진 만큼 2월 수입 물가에 전쟁의 직접 영향은 반영되지도 않았지만, 전쟁 전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만으로도 물가가 들썩였다. 세부 품목에서 원유(9.8%)·나프타(4.7%)·제트유(10.8%) 등의 수입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한은 관계자는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3월 들어 13일까지 58.6% 올랐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작년 월평균보다 1.4% 상승했다"며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으로 3월 수입 물가에 상방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아울러 "수입 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시차는 품목 성격에 따라 다르다"며 "국제 유가 오름세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13일부터 시행된 최고가격제로 소비자물가 오름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이 금리를 낮추기에는 최근 1,500원을 넘나드는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도 너무 높다.이날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1,500.70원까지 올랐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 낮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반) 종가(1,483.10원)보다 17.60원이나 뛰었다. 이란 최대 가스전 사우스 파르스 피격 소식 등에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최근 연일 금융위기 이후 환율 최고 기록 경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은이 금리까지 낮추면 환율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가로막은 집값 불안도 여전하다.지난 12일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비수도권으로 상승세가 확산하는 등 불안 요소가 상존한 만큼 주택시장의 추세적 안정 여부도 계속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도 이미 인하 없는 '장기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최근 황건일 금통위원은 "3월 들어 중동지역 분쟁에 따른 대외 환경 급변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특정 방향으로 기대를 형성하기보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 등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지난달 26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처음 공개된 금통위원 7명의 점도표(dot plot)를 보면, 6개월 뒤 기준금리도 2.50%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점)이 전체 21개(위원당 3개 전망치) 가운데 16개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가운데 4개는 0.25%p 낮은 2.25%에, 1개는 0.25%p 높은 2.75%에 찍혔다.하지만 만약 이란 사태가 길어지고 물가 불안과 성장 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한은과 금통위도 통화정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NH금융연구소는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이 1년간 이어질 경우 한은이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기조를 동결에서 인하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하지만 전쟁이 1년 이상 길어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통화정책의 중심이 경기 부진 완화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바뀌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봤다.이수형 금통위원도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2월에 발표한 점도표는 전쟁이 고려되지 않은 결과로, 현재는 그때보다 물가 상방·성장률 하방 리스크(위험)가 커진 상황이라 2월 결과와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