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가계부채 1250조원 넘자, 주택공급 줄이겠다는데
이채봉 기자
ldongwon13@hanmail.net | 2016-09-01 08:48:29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가계부채 1250조 돌파···주택 공급 줄인다]
올 상반기 국내 가계 빚이 54조원 이상 증가해 총액이 126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2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이 125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8월 25일 발표했다.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 빚을 막기 위해 주택 공급을 줄이고 중도금 대출을 1인당 최대 2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 가계 부채란?
가계부채 기사가 경제 주요 뉴스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일반 국민의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위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계부채는 경제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 중 각 가정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사용하고 있는 빌린 돈, 즉 빚을 말한다.
개인 간에 빌린 돈은 포함되지 않고 금융기관(은행, 저축은행, 협동조합,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에서 빌린 돈과 신용카드 사용액만 포함된다. 따라서 가계부채는 가계대출(융자)과 판매신용(카드 사용액)을 합한 금액이다.
2분기 말(6월) 현재 가계대출(1191조3000억원)과 판매신용(65조9000억원)을 합쳐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원에 달한다. 가계대출 가운데 680억원가량이 주택담보대출로 전체 대출의 57%에 달한다. 나머지 대출은 전세자금이나 생활자금, 토지담보 등의 대출에 해당한다.
현재 가계부채가 기하급수로 느는 이유는 부동산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중도금(집단대출) 대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에서만 1분기 5조6000억원, 2분기 13조원이나 증가했다.
# 1257조원, 얼마나 심각할까?
1257조원은 얼마나 많은 돈일까? 5만원권(15.4cm) 지폐로 쭉 연결하면 지구 97바퀴나 돌게 된다. 또 한 해 400조원을 쓰는 국가 예산의 3년치가 넘는다. 1257조원을 인구수(2015년 말 5153만명)로 나누면 한 사람당 2437만원의 빚을 진 셈인데, 가구로 치면 6718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빚을 갚을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구당 평균 소득을 감안하면 생활비로 한 달에 300만원 정도를 쓰고 남은 돈으로 빚을 갚아도 11년이나 갚아야 할 정도로 많은 돈이다.
게다가 빚이 소득의 40%를 넘는 한계가구도 160만가구에 달한다.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연금 등 고정적으로 떼가는 돈을 뺀 가정의 실제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4.2%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는 가계 빚이 1300조원이 되면 우리 경제 발목을 잡는 위험신호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금리 상승에 있다. 금리가 1% 오르게 되면 이자로 낼 돈이 12조원 늘어나 개인이 쓸 돈이 줄게 되고 국내 소비가 위축되어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이 바로 아파트 공급을 줄이고 중도금 대출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 주택 공급 줄이고 중도금 제한한다
정부는 가계 빚 폭증세를 막기 위해 아파트 분양 물량을 조절하는 동시에 분양계약자들이 받는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를 1인당 최대 2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따라서 '택지 매입-인허가-착공·분양' 등 주택 공급 단계별로 심사가 대폭 강화된다. 심사가 깐깐해지면 아파트 건설 속도가 늦춰지고 쉽게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미분양 관리지역은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 인허가가 상당 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집단대출 보증률을 현행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다. 아파트 보증 한도는 1인당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축소한 상태고 분양가 9억원 이상 주택은 중도금 보증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꺼트리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춰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 줄까?
경제의 기본은 공급이 줄면 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부동산 분양시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전망이다. 택지지구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분양 예정인 단지들의 청약경쟁률은 더욱 치솟게 된다. 분양 물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몰려들게 되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오르면서 몸값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특히 공급이 크게 줄게 될 공공택지 아파트 청약률이 치솟고 주요 인기 지역 아파트와 분양권 거래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서둘러 분양을 받는 게 좋다.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는 더욱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택지 공급이 줄게 되면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일감이 줄어 타격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가계부채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올해 안에 가계부채 1300조원 돌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파트 값만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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