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 눈·비·추위에도 촛불 시민들 따뜻한 '온기'…커피·떡·핫팩 나눠

이장성 기자

leeyjhj@naver.com | 2016-11-27 01:55:20

26일 오후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운동 주최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6차 박근혜 하야 촉구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 발언 이후 제주 촛불집회에도 LED 촛불이 등장했다. 2016.11.26. 

[부자동네타임즈 이장성 기자]26일 서울 도심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진눈깨비가 내린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온이 떨어지자 시민들은 따뜻한 음료와 핫팩 등 방한용품을 서로 나눠주는 등 '온기'를 공유하면서 거리를 지켰다.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5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본격적인 사전 집회, 행진이 시작되는 오후 4시를 앞두고 시민들은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일대로 두꺼운 겉옷을 입고 모였다.


시민들은 진눈깨비를 피하기 위해 한손에는 우산을, 다른 손에는 촛불을 들었다. 우의를 챙겨 입거나 점퍼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광장으로 향하는 시민도 있었다.


광장 인근에서는 우의와 우산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등장했다. 점차 기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손난로를 준비한 시민과 상인들도 곳곳에 등장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손난로 7000개와 우의 2000개를 들고 왔다는 행상 곽모(44)씨는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라며 "이런 날씨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을 보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 일대에는 푸드트럭과 포장마차 등이 늘어선 장터도 섰다. 장터에는 굳은 날씨에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커피와 차, 어묵국 등이 즐비했다.


광장 인근 상인들이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식음료를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종로구에 있는 얼큰 버섯 칼국수는 무료 행사를 했고, 통인동 커피공방에서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물을 제공했다. 핫팩과 무릎담요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 '82쿡'에서 벌인 커피 무료 제공 행사, 박근혜 퇴진 떡 나누기 운동 등이 진행됐으며, 커피를 들고 나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도 있었다.


각종 물품에 부착 가능한 '박근혜 퇴진 스티커', 경광봉을 개조한 '하야(ㄴ)봉', 전자식으로 구동되는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꺼지지 않는 촛불'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시민단체는 '순실의 길'을 설치하거나 '하~야. 순시릴땐 닭근닭근 손난로'라는 재치 있는 문구를 걸어 놓고 손난로를 팔았다.


광장 곳곳에서는 온라인에서 1인 미디어 촬영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하야', '순순히 내려올래 끌려서 내려올래'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광장으로 향했다. 손이 얼어 붉어지고 허연 입김을 내뱉으면서도 이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인 황정아(20·여)씨는 "날씨가 궂어도 원래 나올 생각이었다"며 "우린 이런 날씨에도 이렇게 밖에서 잘못됐다고 외치는데 상대방은 귀만 닫고 있어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있었다. 청와대 인근 세움아트센터 앞에서는 자신들을 '명예혁명'이라고 불러달라는 참석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람을 모았고, 사비를 털고 지인 도움을 받아 집회 물품을 샀다"면서 부부젤라를 불어댔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촛불이 꺼지면 서로 옮겨 붙여주거나, 바람을 막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추워하는 옆 사람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거나, 촛불을 맨 강아지를 함께 보면서 웃는 시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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